(요한일서 2장 18-29절) 가르칠 것이 없는 예수님의 가르침
사도 요한은 요한 일서 2장 27절에서 "너희는 주께 받은바 기름 부음이 너희 안에 거하니 아무도 너희를 가르칠 필요가 없고……" 라고 말씀하고 있다.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기름 부음>이 모든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고 우리에게 가르치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름 부음을 받았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말뜻이다. 메시야라는 말 역시 같은 말이다. 메시아나 그리스도나 공히 다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메시아는 히브리어고 그리스도는 헬라어일 뿐.
기름 부음은 어떤 신분에 대한 임명과 선언과 상징이다. 그것은 왕과 제사장을 말하는 것이다. 또 기름을 부어주는 것은 가르치는 것과는 좀 거리가 있는 의식이다. 기름을 붓는다는 것은 올림픽 메달을 주는 것 같이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하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름 부음을 받았다는 것은 배우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격과 신분이 갖추어졌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는 배움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신분에 관한 것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기름 부음을 받으신 예수님은 왕이요 제사장이라는 것이다.
그런 예수님께서 기름 부음을 받으신 그리스도로 우리에게 보이신 그 삶을 보고 우리가 또한 그리스도와 같이 살아야 함을 깨달았다면 그 사람 역시 그리스도와 같은 정체성이 회복된 사람이므로 그 사람은 그리스도에 대하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신분이 회복되고 선언되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죄목이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유대인의 왕이라고 한 반역죄와 또 하나는 하나님이 아들이라고 한 신성 모독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예수님의 신분은 왕이요 제사장(하나님을 대신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한 것은 예수님을 알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예수님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요한 사도가 요한복음에서도 또 요한일서 3장에서도 말씀하고 있다.
빛이 어두움에 비취되 어두움이 깨닫지 못하더라(요1:5)
하나님은 예수님을 이 세상의 왕으로 또한 제사장으로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아들로서 보내었는데 이것을 알지 못한 사람들은 하나님께 기름 부음을 받아 왕이신 예수님이 왕이라 하니 죽이고, 아들이라 하니 죽인 것이다.
기름 부음을 받은 신분 곧 정체성은 배워서 가는 자리가 아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것은 우리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끌어 내시고 깨닫게 하신 것이고, 그 깨달음 안에 있는 사람이 바로 주 안에 있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 안에 있는 것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참 맞는 말이다. 이와 같이 주님의 가르침은 사람 밖에 있는 어떤 것을 사람 안으로 넣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을 이끌어 내고 우리가 누구인지 깨닫게 하는 것 그것이다. 그것은 세상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서는 예수님 외에 가르칠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는 없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사람이 알지 못하고 할 수 없는 것을 알게 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만드신 사람, 예수님이라는 이름을 대할 때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그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십자가에서 보여주심으로 우리가 그와 같이 기름 부음을 받은 존재로서 하나님의 아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끌어 내신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