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 1:1-11) 악에 대하여

하나님이 만드시고 경영하시는 세상이 악하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은 선하실 뿐 아니라 실수도 않으시며 세상을 경영하시는데 세상이 악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믿는 하나님의 존재성과 능력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의문과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악에서 구하여 주실 것을 하나님께 구하라고 기도를 가르치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나님께 세상이 악하다고 말하며 하나님의 심판과 자신들이 악을 이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이런 모순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하박국 선지자가 말하고 있는 악은 어떤 것일까? 전지전능하시며 선하신 하나님께 “세상이 악한데 왜 가만히 계십니까?” 말하고 있는 하박국은 하나님의 정체성을 믿지 않는 것일까?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아니 최소한의 접근도 없이 세상이 악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하나님과 하박국의 대화와 동일시하는 것은 섣부른 짓이다.

 

정리를 해보면 먼저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세상은 당연히 악하지 않다. 하지만 사람뿐 아니라 하나님도 세상을 보고 악하다고 하신다. 이는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이 악하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목적대로 순종하지 않는 것이 하나님께 악이라는 말씀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딤전 4:4)

 

예수님의 기도도 그렇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라고 하시고 악에서 구해 달라고 하셨다는 것은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악이라는 의미다.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원래대로 하늘의 뜻이 땅 곧 사람에게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라고 하신 것이고,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악이니 그것에 구하여 주실 것을 간구하라고 하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이 악하다고 말하기 전에 무엇이 악한 것인지에 대하여 먼저 고찰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세상이 악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은 선하다는 생각을 가진 자들의 말일 수 있다. 자신이 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악함을 회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이 말씀하시는, 그리고 이 하박국이 말씀하시는 ‘악(惡)’은 도둑질이나 살인이나 강도나 전쟁과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모든 악함은 하나님이, 또 성경이 말씀하시는 악이 사람을 통해 나타난 것이지 악의 본질이 아니다. 악의 본질은 하늘의 뜻, 즉 하나님의 뜻이 사람에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살면서 하나님의 창조 목적과 경영하시는 의(義) 없이 자기 생각과, 자기 옳음과, 자신의 주장을 좇아 행하는 일들이 충돌하므로 사람이 말하는 세상의 악이 관영해 지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들이 자기가 옳다는 것을 더 표현하고 관철시키며 주장하면 살수록 세상이 악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하나님의 의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세상은 악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의 본질을 악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하나님께서 뜻하신 목적을 이루기에 너무 선하고 온전한데 사람이 그것을 선한 것으로 받지 않는 것을 하나님께서 악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당연히 하박국에서 말씀하시는 악(惡)도 이것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터부시하는 각종 범죄 역시 사람이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순종하기 않기 때문에 생긴다. 사람을 통해 나타내시고자 하신 하나님의 성품은 낮아짐이고 자기가 옳다는 주장 앞에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십자가다. 그 십자가를 지고 산다면 세상에 갈등이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스스로 자기 인생을 얻은 것이 아님에도 자기 것인 양 살면서 자신의 기준으로 옳다는 것을 서로 주장하므로 세상이 악해진 것이지 하나님의 경영하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