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쩨 계명은 '도둑질'하지 말라'다. 도둑질은 말 그대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자기 것처럼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건 굳이 하나님의 계명이 아니어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윤리 상식의 영역이다. 이 말씀은 언뜻 사람 사이의 계명으로 한정해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5~10계명을 사람 사이의 계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십계명은 본질적으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계명이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므로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 주인이 하나님인 존재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또한 도둑질의 대상은 물리적인 물질과 물건에 한정하지 않는다. 지식재산권이 그렇듯 의에 관해, 정체성에 관해, 주권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마땅히 하나님만의 영역에 있는 것을 사람이 자기 것인 양 생각하고, 주관하고, 소유하려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도 도둑질이다. 가장 본질적인 건 바로 사람 자신이다. 자기 인생이나 내 맘대로 살겠다는 건,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창조하시고 인생을 주신 이의 것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성경이 말씀하시는 가장 큰 절도는 바로 자기가 정하지도 않은 인생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인생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도둑질
우리는 가끔 가족을 자기 소유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가장들의 어이없고 비참한 소식을 듣는다. 그 어리석은 생각도 자기 인생은 자기 소유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인생을 자기 것으로 인식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보여준다. 문제는 정도의 문제일 뿐 사람들 대부분은 인생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권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다움을 보장받고, 스스로 의사 결정에 관한 권리가 있는데 그건 사회적 권리이지, 창조주 앞에서 존재적 권리는 당연한 창조주에게 있다. 노트북처럼 소유한 물건이 소유한 사람 앞에서 자기 주권을 주장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인생의 주권은 인생을 주신 분에게 있다.
앞서 살인이나 간음도 분명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계명이지만, 하나님이 목적을 가지고 창조한 사람이 하나님의 목적을 달성할 기회를 강제로 빼앗는 것이기에 살인하지 말라 하셨다고 설명했고, 간음도 하나님이 주신 인생의 존재 목적 아닌 것으로 자기 삶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의미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도둑질 역시 하나님이 계획과 목적을 가지고 주신 인생을 자기 것인 양 훔치지 말라는 말씀이 근간이다. 이어지는 9, 10계명 역시 이런 관점으로 봐야 한다. 모든 계명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피조물에 대해 원하시는 정체성이고, 삶의 태도다.
하나님의 계명은 창조주가 피조물이 기대하는 바
도둑질은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이다. 사람이 가진 가장 귀한 남의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하나님께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주신 인생이기에 하나님이 주권을 가지고 있다. 즉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하나님께 '나'라는 인생을 훔치는 것이다. 그렇게 내 인생이 작물이 된다면, 자기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준다고 해도 소용없다. 아니 여전히 도둑놈이다.
그리고 사람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생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는 스트레스를 미리 염려할 수 있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자기 의가 육신이 된 자녀를 수단이나 도구로만 생각하는 부모가 없듯, 자기 성품과 의를 표현할 육신으로 창조한 사람이 그 뜻대로 거듭나 아들 그리스도가 되었는데 그의 행복을 외면하면서 하나님의 목적만 채우실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믿지 못한다면, 하나님을 '1'도 믿을 수 없다.
일상에서 우리, 즉 그리스도로 거듭난 하나님의 아들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된다. 사실 거듭났다면 그런 본성이 없기에 그걸 경계하고, 주의할 필요조차 없다. 거듭난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 따라서 도둑질하지 않으려면 도둑질하지 않는 본성을 가진 생명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느 순간 도둑질을 할지 모른다. 신념과 의지는 상황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둑질하지 않는 본성을 가진 생명으로 거듭난다는 건, 하나님 것이 하나님의 뜻대로 되었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할 목적으로 창조한 하나님의 피조물인 사람이 자기 인생을 훔치지 않고 하나님의 목적대로, 하나님의 것으로 돌려 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귀하고, 가장 근원된 자기 존재를 도둑질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또한 그리스도로 거듭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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