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서 죽으셨다. 이 과정, 그러니까 십자가에 달리신 동안 일곱 마디의 말씀을 하셨는데 마가복음에서는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의미의 "엘리 엘리 라마 사막다니"만 기록되어 있다. 이 말씀은 시편 22편에도 동일하게 기록되어 있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하여 돕지 아니하옵시며 내 신음하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시 22:1)
하나님께 사람들의 용서를 구하는 말씀을 시작으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한다는 말씀까지의 가상 칠언 중 네 번째 이 말씀에 관한 사람들의 해석은 분분하다. 하나님께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버렸다는 표현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십자가에 달려서 하신 다른 말씀과 다소 결이 다른 말씀이 된다.
어쩌면 성경은 답이 정해진 말씀이다. 모든 건 그리스도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씀한다. 사람이 그리스도가 되는 게(거듭나는 게) 구원이고, 성경은 사람을 구원하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가 어떤 존재인지 보이러 오신 예수님이 그리스도로 드러나는 십자가에 달렸는데 하나님께서 단 한 순간이라도 예수님을 버린다는 건 성경의 흐름과 주제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이 말씀은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지속된 그리스도의 정체성에 관한 말씀이다. 그리스도라면 그곳에서 내려오라는 사람들의 조롱에도 그럴 수 없는 그리스도의 본성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된 존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말씀을 가지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실 때는 인류의 죄를 뒤집어쓴 상태이므로 죄인이기에 하나님이 버렸다는 등의 설교는 성경의 근간을 모르는 소리다.
엘리 엘리 라마 사마다니라는 예수님의 외침은 하나님께서는 육신의 고통을 당하는 그리스도를 구하시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외침이다. 사람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신 하나님과 그 목적이 육신이 된 그리스도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의와 다르게 육신의 고통에서 구원하실 수는 없다. 하나님께서 구하신다는 건 곧 내려오라는 사람들의 조롱을 수용하는 것이다.
신앙인들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동안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예를 들면 주님의 일을 하면 가난의 문제 같은 건 해결하실 거라는 기대 같은 게 그렇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하시기 위해 주신 육신은 언제나 육신의 기능을 다한다. 사람들 앞에서 낮아지는데 그 자체가 기쁨이 되진 않는다. 예수님의 외침은 이걸 보여주신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구원, 우리가 믿는 믿음은 우리가 그리스도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사람의 의 앞에 나의 의를 버리므로 육신의 수고, 심지어 육신 자체를 내어주는 본성을 가진 존재다. 성경은 그런 그리스도로 거듭남을 두고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구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육신이 십자가를 지는 건 마약에 취한 듯 그 자체가 육신의 능력이나 감각 그리고 감정을 넘어서는 즐거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나님이 육신을 그렇게 만들지 않으셨다.
이는 사도들의 간구와 권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여 이제도 저희의 위협함을 하감하옵시고 또 종들로 하여금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게 하여 주옵시며(행 4:29)
모든 은혜의 하나님 곧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부르사 자기의 영원한 영광에 들어가게 하신 이가 잠간 고난을 받은 너희를 친히 온전케 하시며 굳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케 하시리라(벧전 5:10)
그리스도로 거듭난 사람이라고 십자가를 지는 게 고통이 아닌 게 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는 건 사람들의 조롱을 못 이겨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그리스도가 되는 꼴이다. 다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듯이 우리가 십자가를 지는 능력, 곧 생명의 본성을 주신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외침이 오늘 우리에게 이것을 설명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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