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교회의 변질 13 – 그리스도 본성의 도리

이 주제의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다. 생명으로 (거듭) 나면 그 본성으로 지속적으로 살게 된다는 이 블로그의 기본 흐름에 비추어 볼 때 그리스도의 본성으로 거듭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질문을 해 오는 분들도 계시고, 실제로 하나님을 존재의 신으로, 십자가의 도가 세상에서 이긴 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신앙도 변질되는 모습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의 중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거듭나서 그것이 변질되는 세계는 분명히 존재하나 그것을 보거나 접하거나 구분하는 자리에 이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나님을 존재의 신으로 믿는 사람들은 정말로 만나기 힘든데, 그것을 알고 난 다음에 있는 일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블로그에서 그런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인지 이 글 전체가 잘 짜여진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성경에서도 사도들이 생명을 맛보고서 타락한 신앙을 언급했고, 개인적으로도 아주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이 블로그에 기술해가고 있는 존재적 관점의 신앙을 알게 된 교회가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으로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려고 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생명을 알고서도 그것을 생명답게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질없는 길로 가는 것을 보고서 정리해 둘 필요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한국교회사에서도 몇몇 이단들의 교주가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주장한 예들이 있었다. 그들을 연구해 본 적은 없지만 아마 그 교주들은 사람이 그리스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그리스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그랬기에 그렇게 주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몰랐던 것들이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가 된다는 것은 the Christ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a christ가 된다는 것이고, 우리 육신이 죽어도 부활하거나 세상의 영광을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을 알았다면 자신이 죽고 나서 육신이 부활할 것이라고 한다거나, 자신이 바로 예수님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엉뚱한 소리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은 기독교인이라면 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리스도라는 그 예수가 누구인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육신인 자기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예수님,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생각할 때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빼면 안 된다. 죄는 내가 지었는데 벌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받았다는 식으로 십자가를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세상의 가치관에 의해서 죄인이 되어 십자가를 지신 분이고, 그 모습이 바로 하나님이 사람에게 기대하신 모습이다. 하나님의 그런 성품을 표현하라고 육신을 주신 것이다. 그리고 그 성품이 표현될 때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것이다.

이 하나님을 믿는 것에 있어 먼저 세상의 가치관에 의하여 죄인이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에도 그와 다르게 하나님을 믿어서 세상에서 성공을 하겠다고 여기는 것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신앙의 타락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란 정체성의 타락이다. 그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제 아무리 하나님을 믿노라 하며, 전 재산을 교회에 바치고, 자기 일생을 선교사로 산다고 해도 다 부질없는 짓이다. 하나님께서 인생을 주신 목적이 그것이 아닌데, 하나님의 이름만 붙이면 모두 하나님의 일인 양 착각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노릇이고, 회 칠한 무덤이다. 그런 신앙은 어둡고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전히 알고 난 다음에 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이 문제는 흔한 문제는 아니다.) 한 사람이 하나님의 계획하심 대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보고서 자신의 존재 목적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서 하나님을 존재의 신으로 믿고서 세상의 성공이 하나님의 영광이라 생각하여 구하는 것을 그치고 자신이 하나님의 의를 온전히 나타낼 수 있기를 간구하고, 그리스도의 생명의 장성함을 간구하는 신앙을 가지게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 있다는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TV나 영화는 물론이고 노벨상을 받는 문학이나 과학, 그리고 인터넷을 장악한 기술과 테크놀로지가 지향하는 모든 것 십자가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세상에 정의가 구현되지 않음을 탄식하는 사람과 다르지 않게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것이다. 사람들이 이것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행적을 보고서 해방신학과 같은 것을 만들고 공산주의가 생기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세상이 존재의 하나님이 만드신 대로 가지 않고 있음을 보고 있노라면 당연히 바로잡고 싶고, 또한 자기 안에 있는 놀라운 복음의 능력을 전하고 싶어 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게 복음의 능력이기도 하다. 생명의 본성이기에 어떻게 제어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든 전하고 알리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 본성이 나타날 때에 있다. 그 본성을 나타낼 때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육신의 특성,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에서부터 공부하고 사회에서 형성된 능력과 경험과 가치관 등의 색이 입혀져서 복음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다양성은 하나님의 풍성함을 표현함과 함께 공동체가 되었을 때 서로를 온전히 돕는 것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이 세상에 그림자로 존재하는 각양의 삶의 모양들에서 하나님의 의에 세계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보게 된다. 사람이란 존재가 육신으로 사람으로 나면 사람이라는 유전자는 변함이 없고, 사람으로 났다는 사실 또한 영원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다. 그와 같이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난 사람들의 영적 정체성도 그와 같아서 이 블로그에서 늘 언급하는 바와 같이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나서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사는 것은 어떤 노력이나 신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개가 사람 흉내 낸다고 사람이 아니듯,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나지 않았는데 교회에 다닌다고, 하나님의 아름을 부른다고 되는 것 역시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사람으로 나서 자기 본능대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세상의 모양이다. 그리고 이 세상이 하나님의 온전한 통치와 경영 속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림자인 세상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것도 분명히 하나님의 온전하심이다. 그리고 그 통치와 경영과 현상이 하나님의 온전하심이라면 그것은 온전히 하나님의 성품과 안목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하나님의 의에는 생명으로 나서 생명이 교육을 받고 속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적절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로움이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율법을 주시고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표본으로 선택해서 나라와 사회의 운영에 대하여 가르치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복음을 온전히 아는 자,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거듭난 사람도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 나라의 법과 공동체를 다스리는 의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다스림 속에 있는 것이고, ‘민주주의’와 같이 <하나님의 의> 아래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땅에서 그 법으로 살았던 사람이어야 죽어서도 하나님의 의 안에 속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천국에 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람으로 나서 자기 안에 있는 본성대로 사는 것이 도리가 아니듯,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거듭난 사람도 그리스도의 생명을 자기 본성 그대로 표현하면서 사는 것이 온전한 것이 아니다. 육신으로 사람이 자신이 가진 각양의 능력과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유익을 끼치듯, 그리스도의 생명도 자기 육신이 가진 본성이 그리스도의 생명과 하나님의 의를 나타내는 것을 위하여 절제되고 교육받고 자라고 조심하고 근신하여야 하는 것이다. 사도들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 하나님 앞에서 행위로 의로워지려는 자가 아닌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거듭난 사람들에게 근신하라고 말씀하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