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9:1-25)
집사 빌립의 일들은 사도행전의 전환을 시사한다. 예루살렘과 유대인에게 주로 머물던 복음이 이방인에게로, 즉 전 세계로 전해지는 전환의 분기점에 빌립 집사가 있다. 사마리아와 에디오피아 내시장의 일로 시작된 복음의 전환은 사울(사도 바울)의 회개와 고넬료 집에 초대된 베드로의 일 등을 거치면서 점차 온 세계로 복음이 전해진다. 그 이후 사도행전은 사도 바울의 행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는 베드로에서 사도 바울로의 세대교체가 아니라 복음의 중심 무대가 전환됨을 의미한다.
이런 전개에 있어 아무래도 가장 핵심적인 사람은 사울 즉 사도 바울이다. 그는 스데반의 순교를 마땅히 여겨 증인이 되었던 사람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을 찾아 핍박하는 선봉에 서 있던 사람이다. 그는 정치와 경제 문학 등 모든 분야가 신앙과 연계된 당시의 최고 신학자 가말리엘의 제자였을 뿐 아니라, 로마 시민권이라는 당대 최고의 신분과 함께 철저한 율법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복음의 도를 믿는 사람을 잡아 오려고 다메섹 여러 회당에 공문을 청하려고 다메섹에 가는 길에 예수님을 만난다. 그 장면은 기적적이다. 대낮에 밝은 빛이 비취고 사울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 사울에게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고 물으셨고,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사울은 누구인지를 물으니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라"고 답하신다.
이후에 사울은 눈을 떴으나 사흘 동안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는데, 예수님께서 다메섹에 사는 아나니아라는 제자에게 사울을 찾아가 안수하므로 다시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나니아가 예수님께 사울은 핍박하는 자라는 것을 말씀드렸으나 주께서는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 앞에 예수님의 이름을 전하기 위해 택한 그릇이라고 말씀하시므로 아나니아가 사울을 찾아 안수하므로 사울이 보게 된다. 이 아나니아는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아나니아가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예수님을 만나면 눈이 밝아져야 할 텐데 오히려 눈이 멀었다는 것이다. 사울(사도 바울)이 겪은 큰 재앙적 경험이 그것인데 우리는 이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두워진 건 하나님과 예수님과 복음에 관한 안목이 아니다. 예수님을 만나니 사울의 안목이 소경이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복음을 알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는 반석 같은 사울의 믿음과 안목은 성경이 말씀하시는 '어두움' 그 자체였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사울의 눈이 보지 못하게 된 건,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울의 믿음이 어두운 것이라는 게 드러난 일
사람들은 자기 하나님을 믿는다. 사울도 그랬다. 그런데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 자기가 아무 것도 모르는 어두움이었다는 걸 느끼고 실감한다. 이런 상황을 사울이 육신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은 예수 믿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한 번도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실질적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면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유대인들은 자기들이 하나님을 아주 잘 안다고 믿었다. 사울도 그 사람 중 하나다. 그런 확신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러나 그건 어두움이다. 제자들도 성령이 오시기 전까지 십자가에 못 박히는 하나님의 아들과 그리스도를 보지 못했다. 오늘날도 사람들은 자기 확신을 가지고 예수를 믿는다. 그중 상당수가 자기도 한때 잘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간의 가장 천한 자리로 가는 게 하나님 아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믿으니 세상에서 성공하고 영화롭게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면 그가 만난 어두움은 환상이다. 그런 사람은 어두움을 넘어 암울한 상태다.
이런 경우 늘 생각나는 말이 있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사람이 한 말인데,
사람이 곤경에 빠지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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